서울의 봄 리뷰
서울의 봄을 봤다.
이전에 올린 포스팅 이후 일이 바빠 못 올리다 드디어 쓴다.
이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고 군사 정권이 사라지고 이제 자유가 찾아온 서울의 봄에 다시 군사 정권에 의해 암흑기로 접어들게 된 그 그날을 상세히 다뤘다.
사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이 실제로도 군부 정권으로 군사들 데리고 와서 강제로 국가 권력 가져간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어떻게 가져갔는지 이렇게 세세히(물론 허구도 섞여 있겠지만) 알려줘서 좋았다.
영화는 보는 내내 화나고 재미도 있었다. 왜 황정민 때리기 짤이 도는지를 이해할만큼 화가 난다.
내용을 간단히 말해보면 전두광이 군대 내의 사조직인 하나회에서 실세인데, 사조직인 하나회가 전군에 퍼져 있고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아닌 하나회에 충성하는 군인들이 넘쳐난다.
예전부터 전두광이 그렇게 주변에 뇌물을 많이 줘서 죽을 때까지 안전하게 죽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니 그 조직을 얼마나 잘 관리했을지 예상이 된다.
아무튼 초반 하나회와 대척점에 있던 사람은 정상호 대장이 있는데 전두광 보다 계급이 높고 맡고 있는 직급도 박정희 대통령 암살 후 계엄령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계엄사령관 역활을 맡아 굉장히 권력 있는 자리에 있었다.
게다가 정상호는 전두광의 사조직이 국가 권력에 욕심이 많고 자리를 탐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눈치 채고 있는 사람이었다.
전두광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에 대해 수사 관련 권한을 가지고 있어 군 내의 정보를 꽤 차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상호는 전두광을 견제하기 위해 권력 욕심이 없는 이태신을 수도경비사령부의 장으로 영입하게 되고 전두광에 대처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전두광 측(하나회)에서는 해당 인사를 알고 있었고 이후의 하나회 인원을 한직으로 인사발령 할 것을 알고 반격을 준비하는데 그것이 12.12 사태가 벌어진 계기가 된다.
전두광과 노태건을 필두로 하나회 전체가 움직이는데 작전은 이랬다.
우선 수도경비사령부와 육군특수전사령부, 30보병사단의 장들을 전두광의 생일 잔치를 명목으로 술집으로 유인해 시간을 끌고,
정상호를 납치해 수사를 시작하는 걸로 하고, 대통령에게 정상호 계엄사령관을 재수사 하도록 허락을 받아서 정상호를 잘라낸 뒤 그 권력을 하나회에서 차지해 한직으로의 인사발령을 막고 권련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상호를 납치하는데 많은 부딪힘이 있었고 그로 인해 수도경비사령부와 육군툭수전사령부 등 모두 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정상호 납치 후 실무자들의 빠른 태세 전환으로 전두광도 잡고 나머지 하나회들도 초기에 진압할 수 있었는데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전쟁이 난 줄 알고 미군이 있는 곳으로 도망가고 국방부 차관은 반역을 일으킨 전두광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며 헛짓을 반복하며 거의 전두광을 돕듯이 놓아준다.
제대로 된 실무자들은 어이 없는 상황에 황당하지만 직급이 높아 반박을 못하고 무능한 상사들에 의해 어설픈 작전은 성공하게 되는데, 마지막 하나가 걸리게 된 건 정상호를 납치한 명분을 주기로 한 대통령의 재수사 허가인데 대통령이 끝까지 버티게 되니 하나회 측은 명분상 이미 반란군이 됐고 전군의 적이 되어 있었다.
그럼 이제 전군에 명령을 해 하나회 외 전군의 전쟁이면 쉽게 끝날 싸움 아닌가 했지만 하나회는 생각보다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고 공수부대부터 시작해 수 많은 실전 병력을 이용해 반란군을 진압하려는 진압군들을 모두 척살하기 시작한다. 이 때 끝까지 진압해 보려고 인생을 걸고 애썼던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빛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약간 현실과 겹치는 부분도 많이 느껴졌는데, 현실에서도 실무자들이 열심히 최선의 방법을 찾아다 주면 직급 높은 사람들이 별다른 검토 없이 걍 자기 맘대로 어설픈 결정 내리고 잘못되면 후임 탓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데 물론 이 사람들이 국가 전복을 저지른 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더 열받을 때가 많긴 하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 윗 사람들을 잘못 뽑으면 국가가 전복될 수도 있구나... 무능한 사람이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그냥 싫어서 그렇게 못하게 할 일이 아니라 정말로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영화를 보고 잠이 안 올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한편으로 지금의 인생에서 저 정도로 힘든 일을 겪지 않고 있는 것은 이전 세대들이 그 고통을 대신 받고 희생한 덕분이라 생각하며 현 시대에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다.